바다에 다녀왔다. 커피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바닷가였다. 커피가게가 딸려 있는 펜션에 방을 잡고 바다로 나갔다. 해질 무렵의 바다는 파랗고 검고 발그레했다. 우리는 긴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기도 하고 먼 발치로 물들어가는 노을을 바라보기도 했다. 여름에 떠나지 못했던 휴가 대신이자 결혼 일 주년을 기념하는 짧은 여행이었다. 조개구이를 먹었다. 바다는 검었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수평선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모래 위를 걷다 누군가의 주민등록증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1982년에 태어나 서울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어느 남자의 주민등록증이었다. 누군가 실수로 떨어뜨렸겠거니 하며 지나쳤다. 바다를 따라 모래 위를 걸었다. 자꾸만 주민등록증의 주인이 누구인지 상상하게 되어 발걸음이 느려졌다. 결국 뒤돌아 주민등록증이 떨어져 있던 곳으로 바삐 걸어갔다. 휴지 한 장을 꺼내 모래를 닦고 주머니에 넣었다. 바닷가를 떠나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앞 횡단보도 옆에 우체통이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우체통에 넣었다.
주민등록증을 우체통에 넣기까지 내 머릿속에는 같은 장면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바다에 몸을 던진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중년의 부부. 그들에게 아들의 주민등록증이 배달된다면 조금은 다행한 일이 아닐까. 내 추측이 완전히 틀리기를 바라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이상하리만치 끈질기게 떠오르는 기억이라 적어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