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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08일
그저 숨을 쉬고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만이 인간이 할 일이라면 그런 삶은 얼마나 허무한 것일까. 나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허무한 삶을 사는 인간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억지로 생각을 하고 억지로 진지해지려 노력하지만 편하게 사는 것에만 길들여진 내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3월 12일)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와, 산책하고 싶을 때 산책할 여유와,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 자유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결정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만족할 만한 하루하루를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나는 게으르고, 주변 환경에 따라 쉽게 계획을 포기하며, 무한한 자유에 부담을 느낀다. 유일하게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일은 책을 빌리고, 읽는 일이다. (2006년 5월 4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보잘것없고 하찮은 인간을 보다 고양된 정신을 지닌 존재로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한없이 자책하려 하는 자신에게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억지로 최면을 건다. (2006년 6월 9일) 아무것도 씌어져 있지 않은 백지를 마주하고 앉았을 때의 무력감, 두려움, 자기비하. 이런 것들과 마주 대하는 것이 껄끄러워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저 무력감, 두려움, 자기비하와 마주해야 한다. 이 모순을 어찌하면 좋을까? 나는 결국 그것들을 이기고 글을 쓸 수 있게 될까? (2006년 6월 14일) 내가 나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부디 지금처럼 내가 나인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 어쩌면 행복을 유지하는 것은 행복을 누리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다. (2006년 7월 18일) 바로 그,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일에 몰두하려 하는 비겁함을 어찌하면 좋을까? 난 자꾸만 에둘러 가며 바로 그, 가야 할 곳에 도달하는 일을 미루고 있다. 고쳐야 할 버릇이겠지. 오늘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정신의 균형, 생활의 균형, 무엇보다 균형이 필요한 때. 말은 줄이고 생각은 많이 해야 할 때. 아직도 난 기우뚱거리기만 한다. (2006년 7월 20일)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동화에 국한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 이면에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우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 모르게 지금보다 훨씬 더 아프고 외로워야 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위로받지 못할 만큼 많이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나에겐 내 방식이 있는 것이다. (2007년 1월 14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련들은 모두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침묵은 나를 더욱 신중하고 현명하게 만들 것이며 내 안에 쌓여 가는 이야기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것이다. 서른으로 가는 터널이 길고 어두울지라도 나는 끝까지 나를 놓지 않겠다. 나는 넓고 깊게 전진해 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돈이 없고 되는 일이 없을지라도 나는 자신감을 잃지 않겠다. 나를 보호하며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2007년 1월 19일) 내 안에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줄 모른다. 누군가가 가르쳐줬으면 싶기도 하고, 내 스스로 알게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면 나는 두렵다. 내가 두렵고 내 미래가 두렵다. 울고 싶어질 때도 있고 실제로 울 때도 있지만 요즘은 별로 울고 싶지가 않다. 그냥 이대로 존재할 뿐이다. (2007년 4월 12일) 꿈꾸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은 늘 두렵고 쉽지 않다. 자꾸만 울고 싶어진다. 좀 더 수월하게 살지 못하는 내가, 좀 더 멋지게 살지 못하는 내가 걱정된다. 이대로 살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언젠가 그걸 깨닫게 될까. 그저 꿈꾸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는 나를 믿는데, 나는 나를 못 믿는다. (2007년 12월 28일) * 오래된 메모들을 꺼내 읽는 이 밤, 내 자신이 딱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나를 믿는데, 나는 나를 못 믿는다. # by 이퐁 | 2010/02/08 01:50 | 이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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